본문 바로가기

삶(Life)

2016년 11월 12일

전날.. 

다이소에 들려 LED초와 핫팩등 생필품을 사려 했으나 LED초는 진즉 동이 나고 예약된 몇몇 제품 빼고는 재고가 없다 함. 

어쩔 수 없이 핫팩만 사옴. 영수증 기준.. 11월 11일 20시 33분. 


집.. 

집으로 돌아와 짐을 다시금 확인하면서 옛 기억이 어스름하게 떠오름. 


4시경.. 

이마트에 들려서 아몬드크림빵, 노브랜드밀크2/다크초콜릿2, 생수, 자일리톨을 구매. 

시작부터 껌 한개 씹고 시작.. 







5시경.. 

아직 사위는 밝았으나 저 깊은 어딘가에선 동굴속 소리처럼 외치는 소리가 아득히 들려오는 듯 함. 

이미 도로는 통제되었는지 지나가는 인파로 거의 채워져 있었음. 

도로에는 사람이고 인도에도 사람인데 이들은 누가봐도 목적이 정해져 있는 사람들이라,

환하게 불을 켜논 길가의 상업매장들 모습에 아이러니를 느낌. 

외쳐지는 소리를 이미 알고 있다는 듯이 자연스럽게 발걸음을 옮겨서 소리가 나고 있는 그 곳으로 감. 

5분여도 지나지 않아 여러 군중을 만날 수 있었음. 

"00에서 만납시다" 를 속사이며 황급히 전단지(유인물)을 뿌리는 학생들 몇몇을 만남. 

발걸음을 계속 이어가자, 남쪽 지역에서 올라온 16세 학생의 발언이 막 시작중. 

다른 쪽에서는 랩을 하고 있고 또 다른 쪽에는 비슷하지만 다른 발언을 이어가는 중. 

밝은 시간임에도 몇몇 학생으로 보이는 사람들은 손에 장갑을 끼고 봉투를 든 채 부지런히 쓰레기를 줍고 있었음. 

주변에는 내가 싫어하는 커플도 많이 보였고, 가족단위로 온 사람들도 많았고 

심지어 운신이 어려운 노인분들도 더러 있었음. 


시청/광화문을 향해 가면서.. 

분명 이른 시각이긴 했으나, 무엇하나 빠짐없이 발전적인 집회모습이라 생각이 들었음. 

그때의 여름과는 사뭇다르게 폭력적인 모습을 찾기 어려웠음. 

목소리는 격양되었으나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잃지 않았으며, 

그 갈채소리는 사방에서 들렸으나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를 알고 있었음. 











6시경.. 

세종문화회관과 세종대왕상이 적나라하게 보이는 바로 그 위치에 다다르게 됨. 

이미 한쪽에서는 중앙무대를 만들었고 그 모습을 중계해주는 여러 스크린이 준비되어 있었음. 

가슴속에 무언가 끓어오르며 붉은 악마일 때의 모습과 광우병 때의 모습이 지금과 겹쳐보였음. 

날이 추울 것이라 당초 예상과는 다르게 따뜻한 온도였음. 

과열되지도 그렇다고 미지근하지도 않은 딱 좋은 따뜻한 온도이었음. 

저 멀리 경복궁으로 가는 문인 광화문은 밝은 조명아래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음. 

광화문은 '왕의 큰 덕이 온 나라를 비춘다'는 뜻을 가지고 있음

하지만 그 앞은 광화문의 불빛만큼이나 더 많은 촛불들로 가득채워진 국민들이 앉아 있었음. 

김미화씨는 쓰리랑 부부 때의 이야기로 

선창 "무조건" 후창 "방빼" 라는 말을 했음. 

무대에서는 룩셈부르크, 좋지 아니한가, 말 달리자 등의 공연이 계속되고 있었음. 








7시경.. 

확실히 LED 초 보다는 일반 초+종이컵 조합이 느낌도 따뜻해 보였음. 

은은한 불빛이 사람들의 얼굴과 얼굴을 비추어 대는 모습이 참 좋았음. 

단점은 계속 뭐가 타는 냄새가 났음. 종이 타는 냄새인지.. 커플들 깨볶는 냄새인지.. 흥! 

너무 많은 인파로 인해서 카톡조차 원활하게 할 수가 없었음. 

더욱이 인터넷은 뭐 말할것도 없음. 

가져간 빵을 꺼내어서 물과 함께 먹음. 구석에서 빵을 먹는 내내 

흡연자들의 향내를 함께 마시며 빵을 먹을 수 밖에 없었음. 

가장 아쉬웠던 것인데.. 아이들도 있는 장소인데도 불구하고 마땅한 흡연공간이 구획되지 않았음. 

가정이 있는 친구들과 기타 지인들로 부터 이 곳 상황을 알고 싶다는 연락을 받음. 

다행스럽게도 구석에서는 조금 나은 통신상태여서 연락을 주고 받음. 


8시경.. 

가득찬 인파인데 어디서부터인지 물밀듯이 더 밀려오는 행렬에 오도가도 못하는 사람들이 발생. 

좀 더 쌀쌀해진 날씨때문인지 집으로 돌아가려는 사람들이 생겨남. 

여러 깃발들을 둘러보았음. 여러 당의 깃발이 있었고 여러 노조의 깃발이 있었고 여러 학생들의 깃발이 있었음. 

가장 가슴이 저릿하면서 생동감을 느끼는 부분은 함성의 파도타기였음. 

저 아득히 먼 인파들 속에서 쿵쿵거리며 우오오오오~ 하는 함성이 들고 있는 촛불과 함께 들려서 파도가 

다가오면 절로 그 함성을 껴안은채 나도 우렁찬 함성을 질러대며 그 뒤의 인파로 소리를 밀어내는 그 느낌. 

소리.. 울림.. 










9시경.. 

가져왔던 핫팩이 영효과가 시덥잖은게.. 돈 아까운 생각이 무럭무럭 들었음. 

아마 40도의 발열도 못하는 핫팩... 완전 비추.. 

혼자 나간 그 자리이기에 방향성을 잃고 표류하듯 가만히 있었음. 

다리는 아파왔고 더 있어야 하나 아니면 귀가해야 하나를 고민했음. 

원래 학생들을 지켜주러 나온 내 발걸음의 다짐과는 다르게 원만하고 안전한 모습이 지속되었음. 

간혹 소수의 교통경찰들만 보였고 그 외의 인원은 모두 차벽 너머에서 대기하는 듯한 모습이었음. 

그들 역시도 특별히 군중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모습이 매우 역력했고 

국민들 역시 억지스런 모습없이 평화롭게 보내었음. 

안전하다고 느껴진 이 모습들에서 사람들의 불안과 초조를 읽을 수 없었기에 

나는 발걸음을 돌려 귀가하기로 결정함. 


돌아오는 지하철.. 

여기가 경상도인가 싶을 정도로 사투리 말소리가 여럿 들렸음. 

그 정도로 각 지역에서 국민들이 올라왔다 생각하니 국민의 가장 큰 관심사가 이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듬. 

지하철에는 그 여느 때처럼의 퇴근길 모습과 같은 인파였으나 그때와는 다르게 시간도 인파의 속성도 다른 사람이었음. 

경솔해보일 수 있으나, 나름의 진지한 태도로 이 나라의 앞날을 걱정해 보았음. 


** 아침에 일어나자 마자 작성해서 문맥이 매끄럽지 못하거나 말의 앞뒤가 안 맞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