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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트폴리오/KUT자유게시판History

다른 답변입니다.

제목[COGITO] 나름 구체적인 답변입니다.
등록자김영태 등록일2010-04-21 22:3:34
첨부파일   
글을 남길만한 위치는 아니지만 도움이 될까 싶어 저의 의견 및 조언을 남깁니다.
저는 4학년이고 컴퓨터공학부에 재학 중이며 산업경영학부를 복수전공하고 있습니다.
취업을 해보지 않았지만 제가 듣고 알고 있는 대로 답해보겠습니다.
글이 어수선하므로 느리게 읽어주시기를 권장합니다.

1. 이 '스펙'으로 저는 어디로 취업을 할 수 있겠습니까?(연봉 3000 이상의 기업)
혹시 없다면 왜 그런지에 대한 이유를 듣고 싶습니다.

다른 분들께서 답변해주셔서 아시겠지만 연봉 3000이상의 기업은 힘들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많은 기업이 학점과 토익점수를 기본으로 자르거든요. 취업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요건에 만족하는 곳은 거의 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많은 기업들이 출신 대학교에 따라 등급을 4등급으로 나누어서 점수를 매긴다고 합니다. 우리학교는 수도권 대학들에 비해서는 불리하겠죠.
기업들이 왜 그깟 점수를 가지고 자르냐면, 어느 정도의 스펙은 그 사람을 보여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특정 수준이상으로 자르고 그 이상에서는 차별하지 않는 것이죠. 그리고 요즘 대학들의 학점 인플레는 무지 심하거든요(우리학교도요). 또 많은 사람들의 능력평가를 위해 필요한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이기도 합니다. 많은 사람을 평가하려면 그만큼 많은 비용이 들겠죠. 기업에서는 쓸 데 없이 돈을 사용하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산업경영학부의 조직행동론이나 인력경영론을 들어보면 아시겠지만 기업이 직원을 선발하는 과정은 정확하다고는 할 수 없으나 대단히 과학적입니다. 서류, 인적성검사, 면접, 임원면접 등을 통해 여러 번에 걸쳐 기업이 원하는 사람들을 선발합니다. 선발 기준은 여러 박사들에 의한 연구나 인사담당자 등을 통해서 정해졌다고 알고 있습니다(대기업의 경우). 스펙이 뛰어나면서도 일 잘하는 사람도 많은데 굳이 비용을 들여가면서까지 스펙이 떨어지는 사람까지도 고려한다는 것은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에서는 힘든 일입니다. 기업들이 취업이 힘든 우리나라의 현실을 역이용하는 측면도 있습니다. 문제는 인간을 인간자체로 보지 않는 사회에 있는 것이겠지요. 제갈량도 스펙 없이는 이 시대에서 썩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미네르바 박대성 같은 경우 국가의 고위 관료들을 뛰어넘는 실력에도 불구하고 허위 유포죄로 잡혀 들어가지 않았습니까? 미네르바가 잡히자 신문 헤드라인에는 “공고를 졸업한 전문대 출신의 30대 무직자 미네르바 박대성”이라고 실렸습니다. 그의 스펙으로 실력까지 깔아뭉갠 것입니다. 슬프지만 아직도 우리나라는 많은 곳에서 학력과 스펙으로 평가하고 실력은 뒷전입니다. 하지만 사회가 잘못된 것이지 개인이 잘못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2. 스펙을 놓고 볼 때, 결론적으로 저는 실패한 대학 생활을 보냈다고 봐야 될까요?

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님이 실패했다고 생각하십니까? 여러 다른 분들의 말씀처럼 님이 무엇을 했느냐에 달려있습니다. 바쁘게 지냈다고 해서 성실하게 지냈다고 해서 그 시간을 잘 보낸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게임을 하거나 낚시를 하거나 하루 종일 잠을 자거나 해서 시간을 보냈다면, 그것은 실패한 대학생활입니다(물론 프로게이머가 되겠다던가, 낚시를 직업으로 삼는 것과 같이 흥미와 적성을 고려했고 그것으로 밥벌이를 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어 그것에 목숨을 걸었다면 이 학교를 자퇴하는 게 현명했을 것입니다). 
만약에 자신이 하고 있는 공부에 회의를 느껴서 적극적으로 꿈을 찾고 이것저것 경험해보고 고민하느라 시간을 때워서 스펙이 낮다고 한다면 저는 대학생활을 잘 보냈다고 말하겠습니다. 그리고 만약 그랬다면 그에 수반하는 행동을 했을 것입니다(목숨 걸고 공부, 편입, 복수전공, 전과 등). 
님의 장기적인 비전은 무엇입니까? 그 비전에 따라 실패여부는 확연히 달라집니다. 만약 전공과 다른 비전을 위해 다른 공부를 했다면 그 비전을 향해 나아가는 게 맞겠지요. 그리고 그 비전에 수반되는 행동을 했어야 하는 게 정상입니다. 그게 아니라면 대학교를 다니는 이상 전공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이 옳을 것입니다(저 같은 경우는 전공이 적성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되어 복수전공을 했습니다).
분명 1학년 때부터 님은 기업의 스펙에 대해서 들어봤을 것입니다. 하지만 철이 없었거나 생각이 없었거나 아니면 나름대로의 생각이 있어서 지금의 상황에 왔겠지요. 어떤 것 같습니까? 나름대로의 생각이 있었다면 이렇게 취업걱정을 하고 있지는 않겠군요.
저는 개인적으로 스펙을 싫어합니다. 아니, 스펙을 중요시하는 사회 관습을 싫어합니다. 하지만 제가 생각하기에 님이 자신의 전공에 대한 애착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적어도 학점관리는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학점이 사람의 전부를 알려주지는 못합니다. 저 같은 경우 전공 실력이 ‘쓰레기’임에도 불구하고 시험공부에 대한 스킬로 높은 학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이 제 학점을 보면 제가 실력이 있는 줄 압니다. 하지만 제가 평가하는 제 실력은 ‘쓰레기’입니다(그래서 적성과 흥미를 고려하여 진로를 바꿀 생각입니다). 만약 제가 성공한 대학생활을 가정하여 꼽는다면,
“자신에게 정말로 맞는 꿈과 직업을 오랜 고민 끝에 찾아내고 그 꿈을 찾아가는 행동을 했을 때”.
“꿈을 찾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남에게 피해를 안주고 자신의 앞길을 열어나갈(꿈을 찾아나갈) 기반을 마련했을 때”
“자신의 위치에서 정말로 정말로 최선을 다했을 때” - 한 문제 때문에 밤새 고민한다든지, 좋아하는 과목에 대해 스스로 더 찾아서 공부했다든지, 하기 싫은 공부임에도 앞으로 할 일에 꼭 필요한 과목이라 열심히 했다든지...
입니다. 다른 경우도 있겟지만 지금 생각나는 것은 이정도입니다.
님은 어떻습니까?


3. 저는 대학이 자율적 학습을 하는 곳으로 알고 있으며 출석률을 성적에 반영하는 것에 대해 굉장히 잘못된 것이라 생각합니다.
신윤호님은 이렇게 출석률을 성적에 반영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물론 교수님에 따라 조금 다르긴 하지만)

저도 출석률에 대해서는 조금 회의적입니다. 왜냐하면 충분히 실력이 있는 사람의 경우에는 출석하는 것이 시간낭비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실력은 있는데 운이 나빠 재수강을 하게 된 경우 당연히 출석은 필요 없다고 생각됩니다. 또한 교수님께서 ‘등록금이 아까운’ 수업을 하시는데 수업을 듣는 것 또한 시간낭비입니다.
하지만 어떤 의미에서 출석률 성적 반영은 필요합니다. 많은 경우 출석률은 그 사람의 성실성을 보여줍니다. 예를 들어 지각하는 사람의 경우에는 거의 예외 없이 매일 지각하고는 합니다. 결석의 경우도 마찬가지구요.
그리고 우리나라의 경우 공부에 대한 의지와는 상관없이 대학에 오는 학생들이 많기 때문에 출석을 점수에 반영하지 않는다면 빠질 사람이 부지기수입니다. 특정 수업에서 휴강하는 것을 무지무지 좋아하는 사람들 많지 않습니까? 만약 출석률 반영을 하지 않는다면 제대로 된 수업이 이루어질리 없고 그렇게 되면 대학이라는 이름에 먹칠을 하게 됩니다. 어쩌면 출석률 반영은 우리나라의 현실을 적절히 반영한 예가 아닐까요?


4. 세계 100대 대학에 코피 터지게 공부하는 것으로 유명한 우리나라 대학이 순위에 거의 들지 못하는 근본적 이유는 뭘까요. 조금 구체적인 답변을 듣고 싶네요.

세계 100대 대학과 같은 경우는 기준에 따라 선발요건이 다릅니다.
http://blog.naver.com/paulee4?Redirect=Log&logNo=10078092408 
참조하시구요.

해당되는 요건으로는
1. 학계 평판 2. 졸업생 평판 3. 교수/학생비율 4. 학술논문인용 또는 논문 발표 수 5. 세계화 비율 6. 졸업생이나 교수의 노벨상, 필즈상 수상 실적 7. 주요 학술분야에서 인정받는 교수, 연구원의 수 정도가 있습니다.

1, 2, 4, 6, 7의 경우 실력과 성실성의 문제라고 할 수 있고 3, 5의 경우 자본과 제도 및 문화의 차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자본과 제도 및 문화는 1, 2, 4, 6, 7의 경우에도 많은 영향을 미칩니다.

실력이 떨어지는 이유
첫째로, 입시제도에 의해 형성된 태도의 문제입니다. 외국 대학의 경우 대학은 정말 공부를 하고 싶어서 갑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학은 안가면 안 되기 때문에 갑니다. 정말 공부를 하고 싶어서 하는 학생들과, 안하면 안 되기 때문에 억지로 하는 학생들과의 태도와 실력은 격이 다릅니다. 우리나라가 고등학교에 억지로 많은 양의 공부를 해서 올림피아드를 휩쓸지만, 대학이후부터는 세계적으로도 형편없습니다. 우리나라 대학원은요? 대학원도 공부가 하고 싶어서 가는 사람은 드물다고 할 수 있습니다. 스펙 쌓으려고 대학원을 가고, 유학을 가는 나라입니다.
둘째로, 진로와 적성을 고려하지 않은 전공에서 차이가 납니다. 우리나라 교육은 아시겠지만 성적에 맞추어 진로가 결정됩니다. 진로상담은 성적상담입니다. 우리나라의 어떤 교육도 그 학생의 흥미와 적성을 고려하지 않습니다. 흥미와 적성은 그 학생의 의지에 달려있지만 입시교육은 학생이 그것에 대해 충분히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습니다. 대부분은 점수에 맞추어 대학에 갑니다. 그러니 점수가 높은 인재들은 의대, 한의대, 치대 등에 몰리고 다니는 학교 수준이 그 사람의 성적수준이 됩니다.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 대학 신입생의 60%가 흥미와 적성을 고려하지 않고 대학에 들어왔고, 대학 졸업 후 40%는 전공과 상관없이 취업을 합니다. 자신이 정말로 하고 싶어 하는 전공을 찾는 사람들은 극소수라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싫은 공부를 하고 그것이 실력의 차이로 나타납니다.
셋째로, 우리나라 대학교육은 많은 경우 대학 자체의 철학이 없이 기업위주로 흘러갑니다. 미국의 명문대들은 대부분 자신들의 철학이 있습니다. 시카고 대학교 같은 경우는 고전 100권을 읽는 것이 필수이고 이 제도를 실행한 뒤로 70여명이 노벨상을 받은 명문 대학으로 평가됩니다. 하버드나 다른 명문대들의 경우 학생의 학점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그 학생이 어떤 대외활동을 많이 했고, 어떤 경험을 많이 했는지 봅니다. 봉사활동도, 운동경력도, 위원활동이라든지 기타 활동이 다 중요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학점과 스펙을 더 중요시합니다. 점점 바뀌고는 있습니다만, 우리는 쓸 데 없이 토익을 따고, 한자를 공부합니다. 이게 실력이 됩니까? 기업은 비용절감을 위해 기업맞춤형인재를 찾고 우리나라는 삼성이 무언가 하나 바꾸면 어느 대학이든 따라갑니다. 대학만의 철학이 없다고 볼 수 없지요. 우리학교도 그럴 듯하게 실천공학자양성이라고 해놓고는 취업자 양성에 더 힘을 기울입니다. 이것 또한 실력의 격차가 됩니다.
넷째로, 누구나 졸업할 수 있는 대학의 관행 때문입니다. 외국 같은 경우는 정말로 학생의 실력에 합당한 점수를 칼 같이 준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실력이 없는 사람은 졸업을 못합니다. 우리나라는 그렇게 점수를 칼 같이 주는 교수님을 회피합니다. 학점을 실력에 비해 높이 주는 교수님을 선호합니다. 학점 인플레가 심하다는 소리이지요.

자본과 제도 및 문화의 차이?
우리나라 학생들은 어떤 제도의 도움 없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학비를 냅니다(미국이 학비는 정말 비싸지만 자국 내에서 제도에 의해 도움을 받으면 우리나라보다는 싸다고 합니다). 대학을 안갈 수는 없고 가면 돈이 들기에 돈을 벌기위해 학업에 열중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돈 걱정하느라 시간도 많이 버리지요. 그리고 국가, 기업적으로 대학에 대한 충분한 투자를 하지 못합니다.
예전에 제가 어떤 글에서도 썼지만, 자본에 의해서 경쟁력이 차이가 납니다. 예를 들어 외국의 어떤 대학들은 아주 비싼 특정 장비들을 살 수 있는 반면 우리나라의 대학들은 그렇지 못합니다. 그 특정 장비를 사용함으로써 성과에 차이가 날 수 있는 것이지요. 세계 대부분의 유명 대학들은 다 선진국들이고 그중 다수가 미국대학입니다.
여기까지는 실력의 차이를 발생시키는군요.
우리나라의 문화에 대한 차이일 수 있겠지만, 교수 당 학생비율과 세계화 비율은 자본에 대한 문제인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모국어가 영어가 아니기 때문에 많은 지원이 없이는 대학의 세계화가 더 힘들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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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태

 

ㅠㅠ 당했군요. 그래도 3시간에 걸쳐 썼으니 올립니다.   

2010-04-21 22:4:49  

공상혁

 

굉장히 잘쓰셨네요
정독했습니다
장문의 답변을 쓰고 싶지만 내일 시험이 두 개라 나중에 제 생각도 정리해서 올릴게요
감사합니다~!   

2010-04-22 0:30:52  

최두현

 

잘 읽었습니다. 님의 글은 항상 글을 보고 있습니다. ^^ 고맙습니다.   

2010-04-22 0:35:46  

신윤호

 

저의 말들을 보충하는 것을 떠나 저의 모든 것까지 벗기려 드시는 글이네요. 
ㅋㅋㅋㅋㅋ 한마디로 [깜놀]입니다. ㅋㅋ
감사합니다. ^^   댓글삭제 

2010-04-22 1:57:21  

김재석

 

저랑 생각이 비슷하군요
이러한것들이 잘못되었다고 생각된다면 학생으로써 할일은 무엇일까요...?
그저 남들보다 뒤떠러지지않으려고 노력하고있지만...
갑자기 고려대 자퇴생 글이 생각나네요'나는 대학다니기를 그만둔다 아니 거부한다'....
현실을 외면한채 살기는 힘들고 이상을 바라보자니 현실을 암울하고....
이나라를 떠나야하나요?;;;; ㅎㅎ   

2010-04-22 11:25:33  

김보선

 

안녕하세요. 졸업생 김보선 이라고 합니다. 오랜만에 자게를 봤는데
글을 읽을수록 참 옛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르네요.
딱 한마디만 적어놓고 가겠습니다.

"모두들 화.이.팅 입니다!!!"   

2010-04-26 23:52:3